행복하시나요?


"행복해?"

입사 초반, 한 선배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행복?" 뜬금없고, 원초적인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막막하더군요.

머리는 복잡한데, 입은 내 의지와 상관 없이 "네, 행복해요"라고 한 것 같습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 직장을 향해 마음 앓이 한 지만 1년 반.

그동안의 고통 때문인지, 입에선 그런 답이 나온 것 같습니다.

마치, "직장을 구하고, 지금 이 순간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입니다"라고 말이죠.

그 뒤부턴 것 같습니다. '행복'이 뭔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던 때가.


'행복'. 뭐라고 생각하세요?

돈이 많으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된다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그 순간?

아님 무언가를 배우고, 익혔을 때의 성취감? 그것도 아니면,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 '행복'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분명한 건, '행복'을 느끼는 기준은 사람들마다 다 다르다는 거겠죠.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하나 있습니다. 그 순간 기쁨을 느꼈다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라고 말이죠.

밥을 먹고 배가 불러 기분이 좋다면 그걸로 '오케이'.

아무리 기분 나쁜 일이 있더라도, 술 한 잔 마시고 기분 좋아진다면 그걸로 됐다는 것입니다.

큰 것이 아닌, 소소한 것에 즐거워하고, 그 순간을 소중히 여긴다면, 행복한 게 아닐까.


어쩌면 지극히 현실적인 타협일 지도 모릅니다.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내 1초가, 1분이, 하루가, 너무 고통스러워질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기 때문입니다.

학창시절부터 기자를 꿈꿨고, 그다지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한 길만을 걸어왔습니다.

뭔가 이 길은, 멋져 보였고, 불의와 싸우는 독립투사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현실은 바랐던 꿈과는 분명 달랐습니다.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내 집 안 일에는 침묵할 수밖에 없습니다.

취재가 되고, 글로 옮겨진다해도, 실제 지면으로 옮겨지거나, 전파를 타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슴이 답답해 터질 것 같아도, 참아야 합니다. 결국, 기자도 회사원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영화 '부러진 화살'을 봤습니다. 수많은 대사 가운데 한 마디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기자들 너무 믿지 마세요." 아니나 다를까. 처음부터 팔로잉 하며 이슈를 만들었던 신문기자는 어느 순간부터 기사가 지면을 타지 못하게 됩니다.

뒤늦게 따라붙은 모 방송은 특집을 만들어 내보내겠다고 큰 소리 빵빵치지만, 결국 전파를 태우지 못합니다.

"왜 방송 안 나오냐"는 변호사의 전화에 "나도 미치겠어요" 라는 한 마디. 그리고 전화기에서는 '뚜뚜뚜' 소리만.

마치, 데자부(deja vu) 같았습니다. 주저리 주저리 쓰다보니, 너무 멀리 와버렸습니다.


수많은 선택의 순간이 주어지지만, 최소한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그 순간이 있습니다.

그때가 가장 괴롭습니다. '미치겠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내가 왜 이 일을 했나, 후회가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잊으려 노력합니다. 즐거웠던 순간만 기억하려고 합니다. 즐겁게 일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래서, 작은 기억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행복을 찾으려하는 지도 모릅니다.

아니, 분명, 그럴 겁니다. 분명. 그럴 겁니다.


"여러분, 행복하시나요?"

덧) 오늘 밤은 유난히 춥습니다. 윈터플레이(winterplay)의 '눈 내리는 어느 날'이 생각나는 밤이네요. 안녕히 주무세요.

http://youtu.be/gJGMB5dcIO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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