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쇼의 들러리 노릇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유권자를 수치화한 숫자 놀음도 멈춰야 한다. 당선자 빨리 맞추기 게임에서 이긴다 해도 국민에겐 아무 의미 없다. 바꿔야 한다. 변해야 한다. 특히 이번 선거는 나라의 '어른'을 뽑는 대통령 선거다. 어느 때보다 언론의 역할이 크다.
대선 때마다 언론은 잘 짜인 쇼의 연출자였다. 기획자 겸 감독이었다. 우선 각 진영 후보자들을 양 대척점에 세운 뒤, 대결 구도를 만들었다. 그리곤 싸움을 붙인다. 마치 선과 악의 대결을 보는 듯하다.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가 서로를 자극했고, 선거판은 어느새 후끈 달아오른다. 일부 언론은 극적인 대결을 위해 특정 후보 기사와 사진을 전면에 내세우는 등 밀어주기도 서슴지 않았다.
한편의 멋들어진 쇼. 그러다보면 방청객인 유권자는 길을 잃는다. 한나라당 경선에서 불거진 이명박 후보의 재산 논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처음엔 후보의 도덕적 검증 논란이 되는 가 싶더니, 어느새 '개인 정보 침해'로 주제가 바뀌었다. 재미 있다.
이제 그만하자. 국민은 후보자의 됨됨이가 궁금하다. 나라를 믿고 맡길 수 있을 만한 인재인지를 알고 싶다. 언론은 그런 궁금증을 풀어줘야 한다. 우선 언론은 후보자의 공약을 자세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단지 표를 더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인지, 실현 가능성은 있는지를 가려내야 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공약의 '실효성'을 철저히 검증해,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더불어 후보자의 과거를 살펴야 한다. 대선 출마 이전 이뤘던 행적과 함께, 그동안 내건 약속은 잘 지켰는지, 지금껏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등을 자세히 검토해야 한다. 미래학자들이 미래 예측에 앞서 과거를 철저히 분석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치적 배경보다는 후보자의 능력을 검증해야 한다. 무능한 대통령을 뽑으면 나라를 망친다는 교훈은 이미 얻었다.
반대로 후보자에게 국민의 목소리를 적절하게 알려야 한다. 대선 때면 대부분 언론사는 앞다퉈 리서치회사에 설문조사를 의뢰, 각종 통계를 내놓고 있다. 모두들 오차 범위를 앞세워 결과가 정확성 홍보하지만, '출처' 논란은 끊이질 않는다. 조사 대상, 방법 등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작된 지지율에 의존하는 후보자는 눈과 귀가 멀게 마련이다. 때문에 후보자와 유권자를 자주 만나게 해야 한다. 대선주자와 함께 하는 토론회, 국민 독자투고 등을 늘려 후보자에게 유권자 개인의 생각, 어려움을 거침없이 들려줘야 한다. 언론은 교수, 경제인, 법률가 등 뿐 아니라 일반인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2007년 대선, 이제 5개월 여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자에게 5개월의 홍보 기간이 주어진 만큼, 국민에게도 5개월 동안 고민할 시간이 주어졌다. 5년의 일꾼을 뽑는 시간치곤, 짧다면 짧다. 언론이 나서야 할 때다. 유권자들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언론이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