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하고 집에 돌아와보니 우편물이 책상에 놓여 있었다. '시사인(IN) 14호'(첨부한 사진은 홈페이지를 캡처한 것입니다)였다. 보낸 이는 친절한 '이글루스'씨.
설레는 마음으로 비닐을 찢었다. 이내 낯익은 얼굴들이 눈 앞에 떠올랐다. 지난 2007년을 뜨겁게 달궜던 인물들의 예상치 않은 등장,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시사저널 사태를 안타깝게 지켜봤던터라, 시사인 표지를 넘기는 것만으로도 흥분됐다. 정직한 사람들이 만드는 정통 시사 주간지에 대한 기대감이랄까.
쓱쓱 페이지를 넘기던 중 8페이지에서 눈이 고정됐다. 시사인을 만드는 사람들 소개가 돼 있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친숙한 이름이 몇몇 눈에 띄었다. 왠지 반가웠다.
옆에 배치된 '편집국장의 편지'는 그동안의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도와줬던 이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말도 있었다. 글 말미엔 언급된 수습기자 얘기를 읽다가 가슴이 울컥했다.
이번 시사인 모집에 입사 원서를 넣었지만, 서류 전형에서 보기 좋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땐 참 원망도 많이 했는데.'
하지만 이젠 시사인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함께 스터디를 했던 동료가 모든 전형을 통과, 최종 합격했다. 덕분에 기사를 볼 때 '바이라인'(기자 이름)을 꼼꼼히 살펴보는 즐거움이 생겼다.
개인적인 감상은 여기서 그만. 자자, 이제 본격적인 리뷰로 들어가보자. 시사인 14호는 대선이 치러진 뒤라 정치 분야는 선거 관련 기사로 채워졌다. 이 가운데 "'고재열 기자'의 '적극적 기권'으로 정치권 혼내주자?"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이번 대선은 뽑기는 해야 하는데 누구를 뽑아야 할 지 고민했던 사람들이 유난히 많았다. 불과 가까이 있는 친구들을 봐도 그랬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 그것도 아니면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것. 이게 아니라면 어느 누구도 선택하지 않는 것.
유권자들은 세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이럴 땐 어떤 방법이 좋을까? 고 기자는 1998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포르투갈의 작가 주제 사마라구의 <눈뜬 자들의 도시>의 예를 들었다. 투표 용지에 아예 표기를 하지 않은 유권자가 80% 이상에 이르면서 위정자들이 당황했다는 내용이다. 투표장에 나오지 않는 '소극적 기권' 대신 '적극적 기권'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뽑을 사람이 없다며 자기가 가진 한 표를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을 보며 안타까워했기에, '적극적 기권'이란 말에 더 공감이 갔다.
다음은 가장 관심 있게 보는 사회면. 오랜만에 지면을 통해 보는 포이동은 자못 반가웠다. 수정마을은 양극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곳으로 수많은 언론에서 많이 다뤘던 곳이기 때문이다. 힘들게 지내는 그들의 모습, 여전히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이어진 수능등급제 논란 기사는 대학이 앞장서서 수능등급제를 비판하는 것은 결국 이전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모순된 행동임을 알게 해줬다. 기존 보수 언론들의 시작과 정반대되는 논리여서 그런지 꽤나 즐겁게 읽었다. 간지러운 곳을 대신 긁어준 기분이랄까.
하지만 만족감은 2% 부족했다. 우선 기사의 내용이 짧다. 그만큼 깊이 있는 논의를 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이명방 대통령 당선자측이 수능등급제를 없애겠다고 밝힌 뒤라 지금은 시의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당시엔 수능등급제 논란이 양측 입장이 확연히 엇갈린터라 보다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했다. 하지만 단순히 대학 측의 논리 헛점을 1장 분량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쉬웠다. 보는 이에 따라 편파적인 입장 전하기라는 비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게다가 이어지는 사회면 기사는 대부분 기고로 채워져 더욱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기자 수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양질의 기사를 쏟아내는 것이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자사 기자 기사를 늘렸으면 한다.
잡지 끝부분에 배치된 '블로거와 만드는 멋진 인생' 코너는 흥미로웠다. 영화에서 나온 소품에 대해 진지하게 분석하는 블로거들. 기존 체제 안에 익숙해진 기자들이 놓치는 부분을 블로거들은 착실하게 잡아내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다소 엉뚱해보이지만, 이런 점이 블로거들의 힘이 아닌가 싶다. 사적인 소망이 있다면, 블로거와 함께 하는 기사 분량을 좀 더 늘렸으면 좋겠다. 사회 곳곳에 깔린 블로거들의 눈을 통해 좀 더 독특한 시각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을 읽다 중간 중간 불거져 나오는 맞춤법에 어긋난 말이 눈에 약간 거슬리기도 했다. 굳이 꼽자면, 51페이지 '꿀벌마을' 기사에서 '콘테이너'는 맞춤법에 어긋난 표현이다. '컨테이너'로 바꿔야 옳다. 이런 거 지적하면 쪼잔하게 보이려나. 열혈 안티는 아니니 오해 없길 바란다. 리뷰는 여기까지.
덧붙이는 말) 이것저것 하다보니 리뷰가 늦었네요. 애증과 애정이 많은 시사인이기에 더욱 신경쓰려고 했는데, 쉽지는 않네요. 다른 분들의 리뷰를 읽어보니 모두들 '촌스러운' 표지를 꼽았더라고요. 사실 좀 촌스럽긴 하지만 겉모양보다는 내실이 튼튼한 것이 좋잖아요. 말 많고 탈 많았던 시사인, 2008년 한 해는 공채 1기 신입기자 3명과 함께 더욱 멋진 주간지로 거듭날 것을 믿습니다. "시사인, 아자아자!!!"
마지막으로 리뷰 기회를 준 이글루스와 홍대리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이글루스 가든 - 매일 매일 한 편의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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