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중등 영어 교사 토익 평균이 718점인 것으로 조사됐을 때 적잖은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대기업 등 회사원의 성적은 60점이나 높은 778점이었다. 물론 토익 성적이 영어 실력을 판가름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지금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의 점수가 일반 사원보다 낮다는 사실은 그들의 어학 수준에 의심을 품기에 충분하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는 '영어 몰입 교육'을 주장하고 나섰다. 영어 수준을 원어민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영어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방안을 내놨다. 실제로 일부 일선 학교에서는 영어로 수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어를 잘하면 국가 경쟁력이 높아져 국민 소득 4만 달러 달성도 무리가 없다고 국민을 설득하고 있지만, 마냥 밀어붙이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선생님'이다. 제대로, 완벽하게 영어로 수업을 해낼 수 있는 교사가 턱없이 부족하다. 일부 언론은 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 "영어로 수업을 할 수 있다"고 답한 교사가 조사 대상의 50%를 웃돌았다며 홍보하기도 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40대 이상은 물론, 상당수 20~30대 젊은 교사도 "100% 영어 수업은 무리다"며 한 숨을 내쉬는 형편이다. 사정이 이러한 데,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까지 영어 수업을 확대하겠다니, 앞으로가 걱정스럽다.
정부 주장대로 교포 2~3세를 계약직으로 뽑아 일선 학교에 배치할 수도 있다. 신규 채용 기간도 절약될 뿐더러, 인종 간 이질감도 훨씬 덜해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단기적인 처방이 조직 내 갈등을 더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영어에 서툰 기존 교사는 조직 안에서 점차 소외돼 자신의 자리조차 위협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엄연히 당시 시험 기준에 맞게 준비해 당당히 시험을 통과했기에 쉽게 자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만히 당하고 있지도 않는다. 자체적으로 재교육을 하고는 있지만, 지극히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어 외국에 비해 효율을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반면 현장 1선에 투입돼 진땀 빼는 교포 등 신규 채용 교사는 자신의 입지에 맞는 대우를 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게 된다. 조직 내부 혼란은 불보듯 뻔하다.
특히 영어 몰입교육은 아이들의 정체성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리의 말과 글에는 우리만의 정서와 삶 등이 녹아 있는데, 이를 외국 언어인 영어로 바꾼다면 우리 고유의 것에 소홀해질 가능성이 크다. 선진국인 독일과 프랑스도 대표적인 선진국이지만, 영어 보다는 자국어를 권장한다. 이 때문에 길을 걷다가도 영어로 물으면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그만큼 언어가 갖는 힘을 알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글은 지난 1995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등 이미 우수성을 인정받은 문화재이다. 소홀이 대하기보다는 후세를 위해서라도 정성껏 아끼고 가꿔 오랫동안 보호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국사를 중·고교에서 필수 과목으로 선정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선조들의 발자취가 잊히는 것을 걱정했던 그가 이제는 '영어 만세'를 외치고 있는 형국이니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영어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열쇠가 아니다. 경제성장 7% 달성, 국민소득 4만 달러 등의 쾌거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경제적인 관점에서 해법을 찾는 게 옳다. 영어는 단지 도구일 뿐, 절대적이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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