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 제34호(2008년 5월10일)의 겉표지는 쇠고기다. 그것도 북아메리카 대륙 모양을 하고, 새하얀 접시 위에 놓여있다. 그 위에 박힌 굵은 글씨체의 문구. '두려움, 식탁에 오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번 시사인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자세히 말하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정부의 대응 방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관련 기사만 4꼭지, 분량만 5페이지에 이른다.
시사인은 이를 커버스토리로 편성, 야심차게 다뤘지만 눈을 사로잡지는 않았다. 그동안 쇠고기 문제에 대해 지겹게 들어왔던 탓일까.
◆ 친일인명사전, "친일의 판단은 사전을 읽은 독자의 몫"
"을사 5적이 누군 지 알아?" 얼마 전, 동료들과 모임에서 불연 듯 누군가 이런 질문을 했다. 어디보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름 하나. "이.완.용!" 그리고 나머지 넷은? 선뜻 기억이 나질 않았다. 사실, "잘 모르겠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테다.
그때 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야, 이완용은 참 억울하겠다. 혼자 나라 팔아먹은 것도 아닌데, 많은 사람들은 자기 혼자만 기억하고 있으니. '독박' 썼네. 나머지 넷은 그럼 횡재한 건가?
집에 돌아와, 인터넷으로 검색을 했다. '을사오적'. 결과는 이랬다. "조선 말기 일제의 조선 침략과정에서, 일제가 1905년 을사조약을 강제 체결할 당시, 한국 측 대신 가운데 조약에 찬성하여 서명한 다섯 대신. 즉, 박제순(朴齊純, 외부대신), 이지용(李址鎔, 내부대신), 이근택(李根澤, 군부대신), 이완용(李完用, 학부대신), 권중현(權重顯, 농상부대신)을 일컫는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친일청산'을 그렇게 강조해왔건만, 우린 아직 누가 친일을 했는지 조차도 잘 모르고 있다. 부끄럽지만, 이 일을 통해 과거사에 대한 내 인식 수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문화(p.80)면에 실린 '친일인명사전 편찬' 관련 기사는 제법 흥미로웠다. 특히 수록될 사전 내용에 관한 부분. 박수현 민족문제연구소 사전편찬 실장에 따르면, 친일 인물 선정의 중요 기준은 '증거주의'다. 소모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지금 생존한 사람들의 증언, 회고록, 광복 이후에 나온 저서들은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고 했다.
게다가 사전에 담기는 내용은 '친일'에 관한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 인물과 관련된, 식민지 시대의 모든 경력을 싣는다. 친일과 독립운동을 오간 사람인 경우, 두 경력을 함께 싣는다는 방침이다. 결국, "잘했다""잘못했다"의 판단을 사전을 읽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 셈이다.
사실 이 기사를 보기 전까지는,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증거주의에 양쪽 경력을 함께 싣는다니. 만약 오는 8월에 편찬되는 사전이 이 기준에 따라 만들어졌다면, 보수 쪽에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도 보수 쪽에선 사전 편찬 기준 등을 두고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호를 통해 이런 사실이라도 제대로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선은 그 정도로만으로도 충분하다.
◆ "난 지난달 서울 풍물시장에 일어난 일을 알고 있다"
사회(p.60)면에 난 '오세훈 시장의 두 얼굴'이란 기사를 본 순간, 머릿속엔 풍물시장의 아픈 추억이 떠올랐다.
뉴시스 등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새벽 4시께 서울 동대문운동장(구 동대문축구장) 풍물시장에 용역업체 직원 500명이 들이닥쳤다. 당시 시장엔 심야 장사를 마치고 대부분 돌아간 상태였고, 50여 명의 노점상인만 남아 있었다. 용역업체 직원들은 노점상인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풍물시장 강제철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상인 10여 명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다시 군사정권이 분개한 것"이냐며 분개했다. "당시 현장에 기자들이 여럿 왔었지만 정작 보도된 매체는 2~3곳에 불과했다"는 댓글 제보도 잇따랐다.
이런 내용이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고작 한줄 설명에 그쳤다. "서울시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파크'를 짓는다며 끝내 철거를 밀어붙였다"고 말이다.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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