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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인명구조원(라이프가드) 최종시험이 끝난 지 벌써 2주가 지났다. 옛말에 시간은 화살처럼 빨리 흐른다더니, 딱 그렇다. 그러고 보니 번외편 첫 번째 이야기 쓴 지도 꽤 됐다. 더 이상 지체했다간 기억에서도 사라질 판이다. 그간 못 다한 두 번째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이다. #4 - "살갗이 찢어질 것 같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서울 잠실 수영장 5m풀의 막강함은 이미 본편(4편)에서도 짧게 언급했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 물은 동네 수영장에 비해 염소가 많아 독하다. 그도 그럴게, 일반 수영장 크기(25m풀)에다가 깊이는 3~4배 더 깊다. 새로 물을 가는데 드는 돈도 그만큼 비싸다는 얘기다. 게다가 위생 문제 때문에 물이 상대적으로 독할 수밖에 없다. 다 이해한다. 누구를 탓할 생각, 추호도 없다. 문제는 말은 그냥 "독하다" 세 글자로 끝나지만, 직접 느끼는 물의 강도는 꽤나 강하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함께 훈련했던 동기에게 직접 물었다. 지난달 28일부터 3일 동안 대한적십자사 서울특별시지사 2008년 1기 훈련생 36명에게 인터넷 댓글 설문조사를 한 결과 모두 14명(남자 10명, 여자 4명)이 답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피부'였다. 조사 결과, 응답자 14명 모두가 피부 질환을 호소했다. 대부분 "얼굴이 심하게 당겼다"고 답했으며, 팔, 어깨, 등, 종아리, 허벅지 등도 쓰라렸다고 했다. 특히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는 이들(2명)은 "살갗이 찢어질 것 같아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피부 타입, 성별(性別) 차이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지성(2명), 건성(5명), 복합성(7명) 피부에 상관없이, 응답자 14명 모두가 "피부 건조증을 겪었다"고 답했다. 피부가 지성이라고 답한 사람 가운데 한 응답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로션 생각이 났다"고 했고, 다른 응답자는 "강습 2일이 지나고 나서 잠을 자다가 허벅지가 당겨서 (일어나) 로션을 발랐다"고 적었다. 다음은 응답자가 겪은 생생한 증언들이다. "강습도중 온 몸이 다 터서 괴로웠다. 특히 입 주위는 아직도 쓰라리다""얼굴, 코에 붉은 반점이 생겼다""자기 전에 미칠 것 같은 고통에 시달렸다""정말 쉴 때마다 로션을 발랐다" 물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눈'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영장 강습과는 달리 훈련 중에는 물안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안경을 쓰는 이들(11명) 100%는 "눈이 따가워 제대로 뜨기 힘들었다"고 답했다. 이들 중 3명은 "안경에 습기가 찬 것처럼 눈이 뿌옇게 흐려졌다"고 말했다. 안경을 쓰지 않은 사람(3명)은 느끼는 강도는 약했지만, 따가움을 호소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마냥 당하고 있을 수는 없다. 다음은 앞으로 자격증에 도전할 후배들에게 알리는 팁(tip)이다. 첫째, 각종 로션을 꼭 챙겨라. "난 악어 피부라 상관없다"고 배짱부리지 말고, 못이기는 척 가방에 챙겨둬라. 안 그럼, 백이면 백, 나중에 후회한다. 강습이 끝나자마자 온몸 구석구석 듬뿍듬뿍 발라주는 게 좋다. 그날 밤 편안하게 잠들고 싶다면 말이다. 둘째, 렌즈는 그냥 집에다 모셔놓을 것. 꼭 멋 낸다고 수영장까지 렌즈를 끼고 오는 사람들이 있다. 동네 수영장 생각하고 꼈다가 물 안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하지만, 훈련 중에는 물안경 절대 못쓴다. 눈앞에 있던 보호막이 갑자기 없어지면, 죄 없는 눈동자는 강한 염소물에 "악"소리 한번 못 지르고 당할 수밖에 없다. 마냥 쏟아지는 눈물 때문에 그날 훈련을 말짱 '황'된다. 눈이 안 보이면, 그냥 안경을 쓰면 된다. 어차피 옷가지를 담은 바구니 하나 들고가니, 안 쓸 때는 그곳에 놔두면 그만이다. 이 두 가지만 지키면, 염소물 따윈 하나도 두렵지 않다.
#5 - 물안경(水鏡)은 이제 그만!
어쩌면 가장 힘든 부분일 수도 있다. 항상 쓰던 물안경을 갑자기 쓰지 말라고 하면, 그게 어디 말처럼 쉽겠는가. 익숙지 않은 사람은 물 한 방울만 눈에 들어가도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들다. 손가락으로 두세 번 비벼야 겨우 눈을 뜰 수 있다. 하지만 훈련 때는 절대 물안경을 쓸 수 없다. 왜? 내가 물안경이 없을 때도, 사람은 물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 앞에선 사람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데, 물안경 쓰고 할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초를 다투며, 그냥 냅다 물에 뛰어드는 게 최고다. 근육질의 멋진 인명구조원이 뛰어가며 물안경 쓰는 모습, 상상만 해도 피식 웃음이 난다. 훈련은 실전처럼, 결국 이것이 이유다. 물론 예외는 있다. 그것도 딱 두 번. 영법으로 몸 풀기 때, 그리고 잠영 할 때다. 사실, 생각보다는 그다지 오랜 시간은 아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지 않은가. 잠영할 때 숨도 막히는데, 앞까지 볼 수 없다면, 참 답 안 나온다. 그렇다고 한숨만 '푹푹' 내쉴 필요는 없다. 연습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수영장 한쪽 구석에서 숨 참기 연습을 하면 된다. 물론 물안경을 벗고, 눈을 번쩍 뜬 채로 말이다. 물론 처음엔 눈이 쓰라려 쉽지 않다. 하지만 견디면 된다. 조금씩 눈을 뜨는 시간을 늘려 가면 눈을 아무리 오래 뜨고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된다. 나중엔 물안경 없이 눈을 뜬 채로 수영을 할 수 있게 된다. 동네 수영장에서도 못 견뎌 쩔쩔맨다면, 잠실 5m풀은 어림도 없다.
#6 - 강사, 숨은 천사들 한번 훈련엔 6~8명의 강사가 함께 한다. 이들은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훈련생 곁을 지킨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강사 모두 자원봉사라는 것이다. 건당 몇 십만 원씩 쥐어줄 것 같지만, 아니다. 한 강사는 이를 '적십자정신'이라고 말했다. 아무런 조건 없이 자기 양심에 따라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는 것. 그 말을 듣고 난 뒤, 강사들이 사뭇 다시 보였다. 못 잡아먹어 안달 난 사자처럼 항상 으르렁대고, 물귀신처럼 팔과 발목을 잡아끌어 물을 먹였던 그들, 알고 보니 '천사'였다. 도전할 후배들이여, 강사가 괴롭힌다고 너무 대놓고 욕하지는 마라. 알고 보면 참 착한 사람들이다. 다른 이해관계가 약간 있다 해도, 세상에 이런 사람들 찾기 힘들다. <끝>
덧붙이는 말) 이걸로 번외편도 끝이다. 지난 10일, 짧지만 참 긴 시간이었다. 이번 시리즈로 참 많은 것을 얻었다. 이제 3일 뒤면, 수상인명구조원(라이프가드) 자격증도 직접 손에 쥘 수 있다. 그동안 본편([도전! 이기자] 수상인명구조원(라이프가드))과 번외편 등 모두 12편의 글을 썼다. 애정어린 댓글을 남겨준 블로거도 알게 됐다. 2008년 새해, 첫 테이프를 잘 끊은 것 같아 참 기분이 좋다. 이글루스 가든 - 멘토(mento)와 멘티(menti)도전이기자, 라이프가드, 수상인명구조, 이기자, 훈련, 수영장, 수영, 대한적십자사, 잠실, 번외편, 피부, 아토피성피부염, 수상인명구조원, 도전, 강사, 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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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앞만 보고 달려왔다. 매일 한 편씩, 총 10편의 글을 쓰는 일도 참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마무리를 지었다니, 참 대견스럽다. 이번엔 번외편이다. 본편을 꼼꼼히 봤던 이들은 눈치 챘을 수도 있다. 번외편 내용은 이렇다. 얘기가 길어질까 봐 중간에 그냥 스쳐갔던 것들, 조목조목 짚을 예정이다. 재미? 걱정할 필요 없다. 어쩌면, 번외편에 더 쏠쏠한 정보가 담겼을 수도 있다. 자, 기대하시라. 못다한 얘기가 너무 많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필자주> #1 - "나이가 많으면? 네가 반장해라!" 수상인명구조원(라이프가드) 교육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반장을 뽑는 일이다. 말이야 반장이지, 다른 이의 손과 발, 눈이 돼 일을 도맡는 일종의 도우미다. 선출 방식은 간단하다. 나이가 많으면 된다. 예외는 없다. 트로트 가수 박상철이 히트한 노래대로 "무조건, 무조건이야"다. 기준은 처음에 지원할 때 적었던 서류 한 장. 주민등록번호 앞 두 숫자가 결정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하기 싫다고 해서 "못 하겠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 뭐랄까, 막상 그 상황이 되면 이상하리만큼 의협심 같은 게 생긴다. 왠지 아이들을 좋은 길로 이끌어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마치 부모가 된 마음이다. 게다가 나이 많다고 다 까발려졌는데, "창피해서 못 하겠다"고 부끄럼타는 것도 우습다. 시쳇말로 모냥(모양) 빠진다. 반장 한 명이 뽑혔다고, 긴장을 풀어선 안 된다. 왜냐고? 반장은 두 명이다. 남자 반장, 여자반장, 이렇게. 성별(性別)로 한 명씩이다. 반장을 직접 해봤지만, 왜 두 명인지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 어쨌든, 하나 보다는 둘이 편하긴 하다. 반장이 하는 일은, 본편 참조.
#2 - "입장료는 잔돈만 받는다?" 첫날 테스트 때 수영장 입장료(1인당 6천원)를 낸다. 수영장 2층에 모여 있으면, 접수했던 직원이 앞으로 나와 이렇게 말한다. "단체 접수라 원래 5천 몇 백원 하는데, 6천원씩 걷습니다. 무조건 잔돈으로 내요. 만 원짜리로 내는 사람은 잔돈 안 거슬러줍니다." 돌이켜보면, 말투가 상당히 단호했다. 직원은 "어떻게든 바꿔서 잔돈으로 내야한다"며 쇄기를 박았다. 때마침, 난 옆에서 자리를 펴고 식사를 하던 아주머니가 있기에 넉살좋게 다가가 잔돈을 바꿨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사정은 달라진다. 첫날은 강사가 돈을 걷지만, 나중엔 반장이 돈을 걷으니, 반장 마음이다. 결국 직원의 말 속뜻은 "걷는 사람이 편하게 되도록 잔돈으로 바꿔 와라"는 뜻이다. 대부분은 융통성 있게 잘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 꼭 있다. 집합 시간이 늦었어도, 돈 바꾼다고 우물쩍거리다 늦는 아해(아이)에게 말한다. "잔돈이 없으면, 그냥 와라." 잔돈 바꾸는 것보다, 제 시간에 도착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남는 돈은 단체로 간식을 사는 데 쓴다. 바나나, 초콜릿, 음료수 등을 사 수업 중간에 짬을 이용해 먹는다. 간식 사는 일은 각 기수별로 알아서 하는 거겠지만, 1기(2008년)는 여자 반장이 전담했다. 전날 마트에서 사와 다음날 직접 낑낑대며 들고 왔다. '은영아, 미안~' 그래도 혹 남은 돈이 있다면, 회식 때 쓴다. 사실 이쯤 되면 남는 돈은 거의 없다. 그리고 정보 하나 더. 잠실 입장료는 요일별로 차이가 있다. 평일은 6천원(단체성인기준)이지만, 주말과 휴일에는 8천원이다. 이미 알다시피, 수영장 입장료는 수강료(12만원) 외에 따로 본인이 내야한다. 입장료는 최종 테스트 보는 날까지 낸다.
#3 - "개인 사물함은 없다!" 꼬맹이 때 수영장을 가면 개인 사물함 대신 바구니를 준다. 빨갛고, 파란 바구니. 잘못해서 손가락이 끼면 눈물 쏙 빠지게 아팠던 그 바구니다. 강습 때도 마찬가지다. 개인 사물함 대신 바구니를 쓴다. 처음엔 살짝 놀랐다. '아니 애들도 아니고, 바구니를. 돈도 다 내는데 이거 뭐야.' 혹시나 해서 카운터 직원에게 물어봤다. "개인으로 와도 바구니 써야해요?"라고 말이다. 직원은 "그때는 열쇠 드려요"라고 했다. 종합해보면, 아마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일 것으로 추정된다. 아니면 할인을 받는 단체입장이라 그럴 수도 있다. 아무튼, 강습을 듣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바구니를 쓴다. 때문에 귀중품이 있다면 수영장에 들어오기 전, 카운터에 맡겨 놓는 게 낫다. 몸을 간단히 씻은 뒤, 바구니를 들고 수영장 안으로 들어간다. 의무실 옆 빈 공간에 줄줄이 놔두면 된다. 눈에 보이는 곳에 바구니가 있으니, 그나마 안심이 된다. 젖은 채로 바구니를 들고 다녀야하기에, 비싸고 좋은 옷은 되도록 입지 마라. 아무리 조심해도 사방이 물이라 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다음 편에 계속) 이글루스 가든 - 매일 매일 한 편의 글쓰기.이글루스 가든 - 멘토(mento)와 멘티(menti)도전이기자, 라이프가드, 수상인명구조원, 잠실종합운동장수영장, 번외편, 반장, 강사, 도전, 테스트, 최종테스트, 이기자, 수영장, 수상인명구조, 잠실, 반장해라, 바구니, 입장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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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7일) 아침, 따사로운 햇살에 눈부셔 눈을 떴다. 손을 더듬어 머리맡에 둔 휴대전화를 찾았다. 반쯤 눈을 떠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9시2분. '뭐야, 이제 이것 밖에 안 됐어.'
무거운 머리를 다시 베개에 파묻었다. 어젯밤, 잠들 때까지만 해도, 눈만 감으면 24시간은 족히 잘 것 같았는데. 고작 6시간 남짓에 그쳤다. 게다가 휴일인데 말이지. 머리는 긴장이 풀렸는데, 몸은 아직 아닌가보다. 그러고 보니 아직도 그때를 떠올리면 허벅지가 움찔거린다. 어제 수상인명구조원(라이프가드) 최종검정을 치렀다. 지난 10일 동안 받은 모든 훈련에 대한 종합 테스트다. 훈련으로 보낸 시간만 모두 50시간, 하지만 테스트 시간은 채 4시간이 안 걸렸다. 이동 시간, 기다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개인당 많아야 20여 분. 좀 과장하면, 정말 눈만 감았다 떴을 뿐인데 끝나버렸다. 공허하다. 후련하기보단,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26일 오전 9시, 서울 성동구 마장동 대한적십자사 서울특별시지사 4층 대강당. "모두 50문젭니다. 문제를 푼 다음에 OMR카드에 검정색 볼펜으로 까맣게 칠하세요." 늦게 온 사람들을 기다리다, 10여 분 뒤 시험을 시작했다. 시험지를 받자마자 앞뒤로 살폈다. 중고등학교 때 봤던 시험지 크기 종이 양쪽에 문제가 빼곡했다. 그림도 몇 있었다. 다시 첫 장으로 넘겨,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다섯 문제 정도는 순탄했다. 상식으로도 충분히 풀 수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아리송한 문제들이 줄곧 이어졌다. 문제는 안 어려운데, 답 1~2개가 헛갈리는 그런 느낌, 딱 그렇다. 일단 문제 앞에 별표를 해둔 뒤, 다음 문제로 '패스'(pass). 다음도 문제 패턴은 비슷했다. 쉬운 문제 4~5개 뒤, 아리송한 것 2~3개. 뒷장까지 한 번 쫙 푼 다음, 별 개수를 셌다. "하나, 둘, 셋, 넷, …(하략)." 이런, 무려 20개나 됐다. 합격하려면 적어도 70점을 넘어야 한다. 모두 50문제이니, 문제당 2점씩. 만약 15문제 넘게 틀리면, 곧바로 '컴백홈(come back home)'이다. 그런데, 별만 20개라니. 큰일 났다. 10여 분 뒤. "자~ 마무리해주세요. 5분 뒤에 시험지 걷습니다." 감독관이 시간을 재촉했다. 남은 별을 하나씩 없애나갔다. 대부분 처음에 생각했던 답으로 과감히 질렀다. 많은 문제를 찍을 때는 이 방법이 최고다. 초·중·고를 거치면서 몸소 터득한 나름의 비법이다. 5분 만에 10문제 정도를 쓱쓱 칠하곤, 밖으로 나왔다. 밖은 먼저 나간 이들로 시끌벅적했다. "야~ 그거 답 뭐지?""이런, 정말 그거야?""으악~ 안 돼. 벌써 틀린 것만 5개째야." 애써 손을 귀를 틀어막았다. 괜스레 신경 썼다가, 실기를 망치면 안 된다. 이럴 땐 화제를 돌리는 게 최고다. "자~ 얼른 잠실로 가자! 빨리빨리~ 출발!" 등을 떠밀다시피 해 수영장으로 향했다. 오전 10시50분쯤, 잠실 종합운동장역에 도착했다. 집합 시간(11시30분)까지는 40분 정도 여유가 있었다. 오후 테스트를 대비해, 뭐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근처 햄버거 가게로 갔다. 다들 배고팠는지, 죄다 가게 안에 있었다.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햄버거 하나로 간단히 주린 배를 채웠다. 여기서 팁(tip) 하나. 이 때 꼭 뭐라도 먹어라. 시험 시간은 짧지만, 한꺼번에 많은 것을 하기에 배가 허하면 힘을 내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너무 많이 먹으면? 올라온다. 목구멍을 타고. 정오쯤, 곧바로 실기 테스트가 시작됐다. 이번에는 31명(총 36명에서 5명이 자체검정에서 떨어졌다)을 두 팀을 나눠 진행됐다. 각 팀마다 다른 지사에서 파견 나온 강사가 2명씩 나뉘었다. 우리 팀이 선두였다. "저는 경기지사에서 여러분의 최종 실기 테스트를 하러 왔습니다. 테스트는 여러분이 원하는 것부터 시작할게요. 뭐부터 할까요?" 검정요원의 질문에 한결같이 "바벨이요"라고 답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가장 힘든 것부터 먼저 끝내야 부담이 덜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좋아요. 바벨부터 시작합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테스트는 시작됐다. (더 보기)도전이기자, 수상인명구조원, 라이프가드, 대한적십자사, 2008년1기, 수상인명구조, 이기자, 역가위, 영법, 구조법, 강사, 테스트, 바벨, 최종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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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눈이 흐리다. 초점이 잘 안 맞는 것 같다. 훈련 내내 눈이 따갑기에, 강사에게 물어보니 "여기 물이 염소가 많아 좀 독하다"고 했다. 그리 보면, 본래 다니던 센터 물은 정말 부드러운 편이다. 적어도 눈이 시리지는 않으니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지만, 글씨가 흐리멍덩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그래도 여기서 무릎 꿇을쏘냐. 자, 넷째 날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17일 오전, 잠을 자다 갑자기 눈을 떴다. 순간, 뒷목이 싸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잽싸게 머리맡에 둔 휴대전화를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이런.' 11시2분이었다. 잠실까지 가는 데는 아직 시간이 충분하다. 여유를 부려도 아무 문제가 없다. 문제는 '숙제'다. 전날 밤 '오늘은 일찍 자니 내일 일어나서 쓰면 되겠지'하고 손도 대지 않았다. 자학할 시간도 없다. 급하다. 12시30분까지 도착해야기에, 시간을 최대한 짜봐야 1시간 남짓이다. 책 두 권을 들고 잽싸게 책상에 앉았다. 다음은 그야말로 '일필휘지'(一筆揮之). 영어론 'dashing off with one stroke of a brush'. 잠시 학창 시절로 돌아가 보자. 중고등학교 때 죽도록 썼던 '깜지'를 기억하는가. 연습장을 볼펜으로 빼곡히 채우면 까만 종이처럼 보인다고 해 이름도 '깜지'다. 주로 제일 싼 모나미볼펜을 썼는데, 한창 깜지를 쓰다보면 야릇한 냄새가 솔솔 풍긴다. 볼펜 똥 타는 냄새다. 보통 한번 숙제에 2~3장은 기본으로 써야했기에 잠을 조금 더 자려고 '미췬~듯이' 갈겨썼다. 보통 1장반 정도가 넘어가면 어김없이 이 냄새가 났다. 그런데, 오늘 그 추억의 냄새를 맡았다. 그만큼 1분이 절박했다. 절실했다. 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다행히 옛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글씨는 바람만 불어도 훌훌 날아갈 것만 같지만, 일단 종이는 채웠다. 오전 11시57분쯤, 겨우겨우 3장을 채웠다. 모두 6바닥. 1시간이 채 안 걸린 셈이다. '휴, 다행히 한 고비는 넘겼다.' 수영장으로 "고고씽~" 다시 수영장. 항상 시작은 체조 후 몸풀기다. 여기 말로는 '워밍업'이라고 한다. 자유형, 배영, 평영, 횡영, 역가위차기, 기본 배영, 구조 영법 등을 골고루 섞어 수영장을 도는 것이다. 모두 합치면 1400m 정도 된다. 속도보다는 자세에 신경 쓰기에, 힘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이날 워밍업은 말 그대로 '몸을 따뜻하게 뎁힐' 정도였다. 불행은 그 뒤에 찾아왔다. (더 보기)수상인명구조원, 라이프가드, 대한적십자사, 입영, 잠영, 워밍업, 막기, 강사, 숙제, 깜지, 모나미, 5m풀, 수영장, 잠실종합운동장, 영법, 물속, 도전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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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자판 두드릴 힘도 없다. 여기 저기 안 쑤신 곳이 없다. 언제까지, 무슨 얘기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써보자. '도전! 이기자 - 수상인명구조원(라이프가드)'(원래는 '도전! 라이프가드'로 제목을 잡았다가 바꿨다) 시리즈를. 훈련은 하루에 5~6시간, 총 10일. 매일 글을 쓴다면 모두 10편을 연재할 수 있다. 뭐, 그것도 얘깃거리가 있을 때 말이겠지. 일단 목표는 라이프가드 자격증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종의 입문서랄까. 결과가 어떻게 될는지 모르겠지만, 시작해보자. 그나마 힘이 남아 있을 때. 지금부터, "시작이다." 15일 낮 12시25분쯤.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 도착했다. 라이프가드 훈련 첫날, 오늘은 '테스트'가 있는 날이다. 훈련을 받을 수 있는지 기본 체력 등을 알아보는 시간이다. 영법은 '자유형'과 '평영'. 각각 100m 씩 수영해 4분 30초 안에 들어와야 한다. 사실 수영 좀 오래 한 사람에게는 그다지 부담스러운 시간은 아니다. 하지만 잠실은 조건이 다르다. 자그마치 5m 풀. 물속에 뛰어들면 5m 아래로 내려가야지 발이 땅에 닿는다는 얘기다. 후훗-. 직접 들어가 보기 전엔 "그래봤자, 같은 수영장이지"라며 무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5m는 그리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라이프가드를 준비하는 이들을 위해 중간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2시30분까지 잠실 제1수영장 카운터 앞에 모여 있으면, 누군가 부른다. "라이프가드 신청하신 분, 이쪽으로 오세요~"라고. 보통 사람들이 없는 2층 등에 모여 앉아 이것저것 설명을 듣는다. 하지만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돈 걷는 일'이다. 출석을 부르며, 수영장 입장료 6천원을 걷는다. 간단한 강사 소개 등이 이어진 뒤, 결전의 장소로 향한다. 공포의 5m 풀(pool)로 말이다. 막상 수영장에 들어가면 상당히 따분하다. 사람들이 다소 많은 탓에 인원수 세고, 오와 열 맞춰 줄 서는 것만 해도 30여분이 후딱 지난다. 실제로 테스트를 받은 시간도, 1시간 여 남짓 시간이 지난 뒤인 듯하다. 그땐 자기와의 싸움이다. 긴장감은 온데간데없고,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게다가 잠실 수영장이 넓어선지, 외풍도 심하다. 어디선가 칼바람이 몰려와 옆구리로 파고든다. 감기 걸리지 않게, 얇은 겉옷을 챙겨가는 게 좋다. 어느덧, 테스트를 받을 차례가 가까워졌다. 그때부턴 살짝 긴장된다. 5m 풀이 눈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다. 설레임반, 긴장감, 추운 바람 등, 잡다한 것이 섞여 묘한 떨림을 만들어낸다. 이윽고, 입수. 여기서 주의 하나. 괜스레 멋있게 다이빙할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 것. 분위기도 그렇거니와, 5m 풀이다. 깊은 물에서 수영 안 해본 사람들은 당황할 가능성이 크다. "삑~"소리와 함께 테스트는 시작됐다. "첨벙~첨벙~" 옆 사람이 앞으로 뛰쳐나가는 것을 보고, 발로 벽을 힘껏 차며 앞으로 나갔다. '엇! 일반 수영장하고 별반 다를 바 없다. 해볼 만한데.' 떨리는 가슴도 조금씩 진정되는 듯했다. 그러나...오산이었다. 돌핀킥(두 발을 모아 몸을 위아래로 구부정거리며 나가는 영법) 몇 번 뒤 호흡을 하려 물 밖으로 얼굴을 꺼내려할 때였다. (더 보기)수상인명구조, 라이프가드, 잠실, 5m풀, 횡영, 평영, 자유형, 도전이기자, 수영, 강습, 강사, 수상인명구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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