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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7일) 아침, 따사로운 햇살에 눈부셔 눈을 떴다. 손을 더듬어 머리맡에 둔 휴대전화를 찾았다. 반쯤 눈을 떠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9시2분. '뭐야, 이제 이것 밖에 안 됐어.'
무거운 머리를 다시 베개에 파묻었다. 어젯밤, 잠들 때까지만 해도, 눈만 감으면 24시간은 족히 잘 것 같았는데. 고작 6시간 남짓에 그쳤다. 게다가 휴일인데 말이지. 머리는 긴장이 풀렸는데, 몸은 아직 아닌가보다. 그러고 보니 아직도 그때를 떠올리면 허벅지가 움찔거린다. 어제 수상인명구조원(라이프가드) 최종검정을 치렀다. 지난 10일 동안 받은 모든 훈련에 대한 종합 테스트다. 훈련으로 보낸 시간만 모두 50시간, 하지만 테스트 시간은 채 4시간이 안 걸렸다. 이동 시간, 기다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개인당 많아야 20여 분. 좀 과장하면, 정말 눈만 감았다 떴을 뿐인데 끝나버렸다. 공허하다. 후련하기보단,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26일 오전 9시, 서울 성동구 마장동 대한적십자사 서울특별시지사 4층 대강당. "모두 50문젭니다. 문제를 푼 다음에 OMR카드에 검정색 볼펜으로 까맣게 칠하세요." 늦게 온 사람들을 기다리다, 10여 분 뒤 시험을 시작했다. 시험지를 받자마자 앞뒤로 살폈다. 중고등학교 때 봤던 시험지 크기 종이 양쪽에 문제가 빼곡했다. 그림도 몇 있었다. 다시 첫 장으로 넘겨,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다섯 문제 정도는 순탄했다. 상식으로도 충분히 풀 수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아리송한 문제들이 줄곧 이어졌다. 문제는 안 어려운데, 답 1~2개가 헛갈리는 그런 느낌, 딱 그렇다. 일단 문제 앞에 별표를 해둔 뒤, 다음 문제로 '패스'(pass). 다음도 문제 패턴은 비슷했다. 쉬운 문제 4~5개 뒤, 아리송한 것 2~3개. 뒷장까지 한 번 쫙 푼 다음, 별 개수를 셌다. "하나, 둘, 셋, 넷, …(하략)." 이런, 무려 20개나 됐다. 합격하려면 적어도 70점을 넘어야 한다. 모두 50문제이니, 문제당 2점씩. 만약 15문제 넘게 틀리면, 곧바로 '컴백홈(come back home)'이다. 그런데, 별만 20개라니. 큰일 났다. 10여 분 뒤. "자~ 마무리해주세요. 5분 뒤에 시험지 걷습니다." 감독관이 시간을 재촉했다. 남은 별을 하나씩 없애나갔다. 대부분 처음에 생각했던 답으로 과감히 질렀다. 많은 문제를 찍을 때는 이 방법이 최고다. 초·중·고를 거치면서 몸소 터득한 나름의 비법이다. 5분 만에 10문제 정도를 쓱쓱 칠하곤, 밖으로 나왔다. 밖은 먼저 나간 이들로 시끌벅적했다. "야~ 그거 답 뭐지?""이런, 정말 그거야?""으악~ 안 돼. 벌써 틀린 것만 5개째야." 애써 손을 귀를 틀어막았다. 괜스레 신경 썼다가, 실기를 망치면 안 된다. 이럴 땐 화제를 돌리는 게 최고다. "자~ 얼른 잠실로 가자! 빨리빨리~ 출발!" 등을 떠밀다시피 해 수영장으로 향했다. 오전 10시50분쯤, 잠실 종합운동장역에 도착했다. 집합 시간(11시30분)까지는 40분 정도 여유가 있었다. 오후 테스트를 대비해, 뭐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근처 햄버거 가게로 갔다. 다들 배고팠는지, 죄다 가게 안에 있었다.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햄버거 하나로 간단히 주린 배를 채웠다. 여기서 팁(tip) 하나. 이 때 꼭 뭐라도 먹어라. 시험 시간은 짧지만, 한꺼번에 많은 것을 하기에 배가 허하면 힘을 내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너무 많이 먹으면? 올라온다. 목구멍을 타고. 정오쯤, 곧바로 실기 테스트가 시작됐다. 이번에는 31명(총 36명에서 5명이 자체검정에서 떨어졌다)을 두 팀을 나눠 진행됐다. 각 팀마다 다른 지사에서 파견 나온 강사가 2명씩 나뉘었다. 우리 팀이 선두였다. "저는 경기지사에서 여러분의 최종 실기 테스트를 하러 왔습니다. 테스트는 여러분이 원하는 것부터 시작할게요. 뭐부터 할까요?" 검정요원의 질문에 한결같이 "바벨이요"라고 답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가장 힘든 것부터 먼저 끝내야 부담이 덜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좋아요. 바벨부터 시작합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테스트는 시작됐다. (더 보기)도전이기자, 수상인명구조원, 라이프가드, 대한적십자사, 2008년1기, 수상인명구조, 이기자, 역가위, 영법, 구조법, 강사, 테스트, 바벨, 최종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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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째다. 모든 게 서서히 적응돼 간다. 훈련기를 쓰는 시간도 1시간 정도 짧아졌다. 첫날엔 새벽 4시가 다 되서야 잘 수 있었지만, 이젠 새벽 1시 정도면 충분하다. 다음날 아침에도, 오전 8시쯤이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 사람이란 동물, 참 적응이 빠르다. 이젠 웬만한 것은 잘 놀라지도 않는다. 공포의 5m 풀은 숫제 놀이터 같다. 발이 안 닫는 게 두려웠지만, 이젠 안 닿는 게 더 좋다. 깊어서 입영하기에도 더 편하다. 잠수하는 기분도 더 쏠쏠하다. 보통 수영장 깊이는 1.2m, 그나마 깊은 곳은 1.6m 정도인데, 이곳은 그 세 배가 넘으니 오죽하겠는가. 함께 하는 1기 동기들도 얼굴이 익숙해졌다. 서로 벗고 만난데다가, 한데 어울려 땀까지 흘려선지, 더 빨리 친해진 듯하다. 특히 반장이라 먼저 알아보고 말을 건네는 경우가 많아 더 친해지기 편했다. 그러고 보면, 반장도 썩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자,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자. 18일 오후 1시, 오늘도 변함없이 워밍업으로 첫 테이프를 끊었다. 자유형, 배영 등 기본 수영은 50m 만 돌고, 기본배영, 횡영, 역가위차기 등 구조영법은 100~150m씩 돌았다. 인명구조원 교육인 까닭에, 구조 영법 연습 비중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워밍업이 끝나자,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말과는 다르게, 자못 '빡시다'. 하지만, 적응이 됐는지 그렇게 피곤하진 않았다. 여기서 하나 팁. 일명, 워밍업을 편하게 하는 방법이다. 워밍업은 말 그대로 몸을 푸는 영법이다. 때문에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없다. 자기 영법이 제대로 나오는 지를 보고, 올바르게 맞추는 게 목표다. 문제는 선두그룹. 보통 한 줄당 보통 7~8명이 서게 되는데, 앞에 선 한 명이 속도를 내면, 뒤에선 따를 수밖에 없다. 왜? 건너편에 있는 선생님이 자꾸 '쫀다'(압박한다). "도착하면 바로 출바~알! 어이 거기! 출발!!" 바로 이렇게. 일단 도착하면 빼도 박도 못하고 되돌아가야 한다. 만약 선두가 속도를 조절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보다 편하게 워밍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너무 천천히 하면, 금세 뽀록난다. 강사가 눈치 챈다. 모든 건 적당히, '유도리'(ゆとり·융통성)있게. 이것 역시 선두의 몫이 크다. 결국, 편하게 돌고 싶다면 이렇게 하라. 우선, 자기 줄에서 가장 수영을 잘 하는 사람을 찾을 것. 다음, 융통성이 있는 지 테스트할 것. 너무 어린 아해(아이)들은 곧이곧대로 하려는 습성이 있다. 너무 정직하다. 조심할 것. 요건 양념인데, 중간에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여자 동기를 배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약간이나마 쉴 수 있다. 다시 수업으로. 오늘은 전날에 빠뜨린 '장비구조'다. 캐리비안베이 같은 물놀이 공원에 가면 안전요원들이 저마다 들고 있는 빨갛고 긴 막대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촌 동생 표현에 따르면, "빨간 핫바 같다"고 했다. 아무튼, 그것을 이용한 구조 방법이다. 정식 이름은 '레스큐 튜브'(rescue tube·이하 핫바)다. 빨간 핫바, 생긴 게 흐물흐물한 게 별 힘이 없어 보이지만, 위력이 대단했다. 강사 설명에 따르면, 핫바 한 줄이면 수영을 전혀 못하는 사람(성인 기준) 최대 3명, 수영을 조금 하는 사람 10명까지 물에 띄울 수 있다. 놀라웠다. 신기해 직접 만져봤는데, 그다지 신통치 않아 보였다. 간단히 강사의 설명을 들은 뒤, 실습 시간이 왔다. 이번에 연습할 구조법은 '뻗어돕기'. 익수자가 정신이 있을 때 핫바를 건네 붙잡게 하는 방법이다. "삐~익"하는 호루라기 소리가 나자, "전방에 익수자(溺水者) 발견"을 외친 뒤 물에 뛰어 들었다. 핫바를 맨 끈은 한쪽 어깨에 걸어 멨다. 익수자 가까이 다가가 핫바를 건네 위에 올라타게 했다. 그런데, 직접 타보니 이거 장난이 아니다. (더 보기)대한적십자사, 수상인명구조원, 라이프가드, 도전이기자, 잠실종합운동장, 입영, 레스큐튜브, 핫바, 손목끌기, 뒤집기, 뻗어돕기, 역가위차기, 바벨, 다리벌려들어가기, 머리먼저들어가기, 다리모아굽혀들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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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수요일, 어느덧 셋째날. 숙제의 압박은 장난이 아니었다. 책 두 권('안전수영', '수상인명구조', 자세한 얘기는 전편 참조)을 요약, A4 종이 크기 3장에 적어야 한다. 무려 여섯 바닥. 그것도 직접. 워드도 아닌 손으로 말이다. "뭐 그것 가지고 엄살은"이라 비꼬는 사람들, 분명 있다. 나도 그랬다. 개그맨 장동민 어록에 빗대면, "그 까잇껏 그냥 대애~충 휘갈기면" 될 줄 알았다. 안타깝게도, 대답은 '노'(NO).
정규 훈련 시간이 끝난 뒤 담당 강사가 내린 평은 날카롭다 못해 살 떨렸다. 그가 내린 평가 기준은 다음과 같다. 스프링이 위에 달린 연습장의 경우, 넘겨서 쓸 때는 스프링 부분이 아래로 향하게 해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빠꾸'(탈락). "그게 보기에 편하다"는 게 이유다. "스프링을 위로 향하게 해야 적기에 편하다""그게 더 보기에도 좋다"며 항의를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그냥 막무가내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when in rome, do as the romans do)는 식이다. 또, 노트가 아닌 그냥 종이에 적어 묶어 내면 내팽개쳐지고, 자기 이름은 무조건 책 앞장 겉표지에 적어야 한다. 아무리 적어낸 분량이 많아도, 내용을 그대로 베꼈다면 '빠꾸'다. 37명 수강생 중 최고 점수는 단 1명(A), 나머지는 대부분 C급이라고 그는 밝혔다. 점수가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면, 그대로 탈락이다. 실기 점수가 아무리 높아도 말이다. 이쯤 되면, 결코 쉽지만은 않다. 라이프가드를 준비하는 예비 수강생들이여, "숙제, 세심하게 신경 써라." 다시 훈련으로 돌아가 보자. 오늘은 구조기술이다. 방법으로는 '맨몸구조', '장비구조'가 있는데, 우선 맨몸구조만 진행됐다. 맨몸구조, 말 그대로 '맨 몸'으로 구조하는 기술이다. 추억의 미드(미국드라마) 베이워치(bay watch·국내 이름 SOS 해상기동대)에서 봤던 주황색 구조 장비는 들지 않는다. (더 보기)수상인명구조원, 라이프가드, 대한적십자사, 잠영, 도전이기자, 숙제, 베이워치, 장동민, 수하접근, 팔목끌기, 뒤집기, 풀기, 익수자, 노트, 바벨, 아령, 5m풀, 잠실종합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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