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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인명구조원(라이프가드) 최종시험이 끝난 지 벌써 2주가 지났다. 옛말에 시간은 화살처럼 빨리 흐른다더니, 딱 그렇다. 그러고 보니 번외편 첫 번째 이야기 쓴 지도 꽤 됐다. 더 이상 지체했다간 기억에서도 사라질 판이다. 그간 못 다한 두 번째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이다. #4 - "살갗이 찢어질 것 같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서울 잠실 수영장 5m풀의 막강함은 이미 본편(4편)에서도 짧게 언급했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 물은 동네 수영장에 비해 염소가 많아 독하다. 그도 그럴게, 일반 수영장 크기(25m풀)에다가 깊이는 3~4배 더 깊다. 새로 물을 가는데 드는 돈도 그만큼 비싸다는 얘기다. 게다가 위생 문제 때문에 물이 상대적으로 독할 수밖에 없다. 다 이해한다. 누구를 탓할 생각, 추호도 없다. 문제는 말은 그냥 "독하다" 세 글자로 끝나지만, 직접 느끼는 물의 강도는 꽤나 강하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함께 훈련했던 동기에게 직접 물었다. 지난달 28일부터 3일 동안 대한적십자사 서울특별시지사 2008년 1기 훈련생 36명에게 인터넷 댓글 설문조사를 한 결과 모두 14명(남자 10명, 여자 4명)이 답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피부'였다. 조사 결과, 응답자 14명 모두가 피부 질환을 호소했다. 대부분 "얼굴이 심하게 당겼다"고 답했으며, 팔, 어깨, 등, 종아리, 허벅지 등도 쓰라렸다고 했다. 특히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는 이들(2명)은 "살갗이 찢어질 것 같아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피부 타입, 성별(性別) 차이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지성(2명), 건성(5명), 복합성(7명) 피부에 상관없이, 응답자 14명 모두가 "피부 건조증을 겪었다"고 답했다. 피부가 지성이라고 답한 사람 가운데 한 응답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로션 생각이 났다"고 했고, 다른 응답자는 "강습 2일이 지나고 나서 잠을 자다가 허벅지가 당겨서 (일어나) 로션을 발랐다"고 적었다. 다음은 응답자가 겪은 생생한 증언들이다. "강습도중 온 몸이 다 터서 괴로웠다. 특히 입 주위는 아직도 쓰라리다""얼굴, 코에 붉은 반점이 생겼다""자기 전에 미칠 것 같은 고통에 시달렸다""정말 쉴 때마다 로션을 발랐다" 물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눈'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영장 강습과는 달리 훈련 중에는 물안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안경을 쓰는 이들(11명) 100%는 "눈이 따가워 제대로 뜨기 힘들었다"고 답했다. 이들 중 3명은 "안경에 습기가 찬 것처럼 눈이 뿌옇게 흐려졌다"고 말했다. 안경을 쓰지 않은 사람(3명)은 느끼는 강도는 약했지만, 따가움을 호소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마냥 당하고 있을 수는 없다. 다음은 앞으로 자격증에 도전할 후배들에게 알리는 팁(tip)이다. 첫째, 각종 로션을 꼭 챙겨라. "난 악어 피부라 상관없다"고 배짱부리지 말고, 못이기는 척 가방에 챙겨둬라. 안 그럼, 백이면 백, 나중에 후회한다. 강습이 끝나자마자 온몸 구석구석 듬뿍듬뿍 발라주는 게 좋다. 그날 밤 편안하게 잠들고 싶다면 말이다. 둘째, 렌즈는 그냥 집에다 모셔놓을 것. 꼭 멋 낸다고 수영장까지 렌즈를 끼고 오는 사람들이 있다. 동네 수영장 생각하고 꼈다가 물 안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하지만, 훈련 중에는 물안경 절대 못쓴다. 눈앞에 있던 보호막이 갑자기 없어지면, 죄 없는 눈동자는 강한 염소물에 "악"소리 한번 못 지르고 당할 수밖에 없다. 마냥 쏟아지는 눈물 때문에 그날 훈련을 말짱 '황'된다. 눈이 안 보이면, 그냥 안경을 쓰면 된다. 어차피 옷가지를 담은 바구니 하나 들고가니, 안 쓸 때는 그곳에 놔두면 그만이다. 이 두 가지만 지키면, 염소물 따윈 하나도 두렵지 않다.
#5 - 물안경(水鏡)은 이제 그만!
어쩌면 가장 힘든 부분일 수도 있다. 항상 쓰던 물안경을 갑자기 쓰지 말라고 하면, 그게 어디 말처럼 쉽겠는가. 익숙지 않은 사람은 물 한 방울만 눈에 들어가도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들다. 손가락으로 두세 번 비벼야 겨우 눈을 뜰 수 있다. 하지만 훈련 때는 절대 물안경을 쓸 수 없다. 왜? 내가 물안경이 없을 때도, 사람은 물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 앞에선 사람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데, 물안경 쓰고 할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초를 다투며, 그냥 냅다 물에 뛰어드는 게 최고다. 근육질의 멋진 인명구조원이 뛰어가며 물안경 쓰는 모습, 상상만 해도 피식 웃음이 난다. 훈련은 실전처럼, 결국 이것이 이유다. 물론 예외는 있다. 그것도 딱 두 번. 영법으로 몸 풀기 때, 그리고 잠영 할 때다. 사실, 생각보다는 그다지 오랜 시간은 아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지 않은가. 잠영할 때 숨도 막히는데, 앞까지 볼 수 없다면, 참 답 안 나온다. 그렇다고 한숨만 '푹푹' 내쉴 필요는 없다. 연습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수영장 한쪽 구석에서 숨 참기 연습을 하면 된다. 물론 물안경을 벗고, 눈을 번쩍 뜬 채로 말이다. 물론 처음엔 눈이 쓰라려 쉽지 않다. 하지만 견디면 된다. 조금씩 눈을 뜨는 시간을 늘려 가면 눈을 아무리 오래 뜨고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된다. 나중엔 물안경 없이 눈을 뜬 채로 수영을 할 수 있게 된다. 동네 수영장에서도 못 견뎌 쩔쩔맨다면, 잠실 5m풀은 어림도 없다.
#6 - 강사, 숨은 천사들 한번 훈련엔 6~8명의 강사가 함께 한다. 이들은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훈련생 곁을 지킨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강사 모두 자원봉사라는 것이다. 건당 몇 십만 원씩 쥐어줄 것 같지만, 아니다. 한 강사는 이를 '적십자정신'이라고 말했다. 아무런 조건 없이 자기 양심에 따라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는 것. 그 말을 듣고 난 뒤, 강사들이 사뭇 다시 보였다. 못 잡아먹어 안달 난 사자처럼 항상 으르렁대고, 물귀신처럼 팔과 발목을 잡아끌어 물을 먹였던 그들, 알고 보니 '천사'였다. 도전할 후배들이여, 강사가 괴롭힌다고 너무 대놓고 욕하지는 마라. 알고 보면 참 착한 사람들이다. 다른 이해관계가 약간 있다 해도, 세상에 이런 사람들 찾기 힘들다. <끝>
덧붙이는 말) 이걸로 번외편도 끝이다. 지난 10일, 짧지만 참 긴 시간이었다. 이번 시리즈로 참 많은 것을 얻었다. 이제 3일 뒤면, 수상인명구조원(라이프가드) 자격증도 직접 손에 쥘 수 있다. 그동안 본편([도전! 이기자] 수상인명구조원(라이프가드))과 번외편 등 모두 12편의 글을 썼다. 애정어린 댓글을 남겨준 블로거도 알게 됐다. 2008년 새해, 첫 테이프를 잘 끊은 것 같아 참 기분이 좋다. 이글루스 가든 - 멘토(mento)와 멘티(menti)도전이기자, 라이프가드, 수상인명구조, 이기자, 훈련, 수영장, 수영, 대한적십자사, 잠실, 번외편, 피부, 아토피성피부염, 수상인명구조원, 도전, 강사, 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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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앞만 보고 달려왔다. 매일 한 편씩, 총 10편의 글을 쓰는 일도 참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마무리를 지었다니, 참 대견스럽다. 이번엔 번외편이다. 본편을 꼼꼼히 봤던 이들은 눈치 챘을 수도 있다. 번외편 내용은 이렇다. 얘기가 길어질까 봐 중간에 그냥 스쳐갔던 것들, 조목조목 짚을 예정이다. 재미? 걱정할 필요 없다. 어쩌면, 번외편에 더 쏠쏠한 정보가 담겼을 수도 있다. 자, 기대하시라. 못다한 얘기가 너무 많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필자주> #1 - "나이가 많으면? 네가 반장해라!" 수상인명구조원(라이프가드) 교육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반장을 뽑는 일이다. 말이야 반장이지, 다른 이의 손과 발, 눈이 돼 일을 도맡는 일종의 도우미다. 선출 방식은 간단하다. 나이가 많으면 된다. 예외는 없다. 트로트 가수 박상철이 히트한 노래대로 "무조건, 무조건이야"다. 기준은 처음에 지원할 때 적었던 서류 한 장. 주민등록번호 앞 두 숫자가 결정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하기 싫다고 해서 "못 하겠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 뭐랄까, 막상 그 상황이 되면 이상하리만큼 의협심 같은 게 생긴다. 왠지 아이들을 좋은 길로 이끌어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마치 부모가 된 마음이다. 게다가 나이 많다고 다 까발려졌는데, "창피해서 못 하겠다"고 부끄럼타는 것도 우습다. 시쳇말로 모냥(모양) 빠진다. 반장 한 명이 뽑혔다고, 긴장을 풀어선 안 된다. 왜냐고? 반장은 두 명이다. 남자 반장, 여자반장, 이렇게. 성별(性別)로 한 명씩이다. 반장을 직접 해봤지만, 왜 두 명인지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 어쨌든, 하나 보다는 둘이 편하긴 하다. 반장이 하는 일은, 본편 참조.
#2 - "입장료는 잔돈만 받는다?" 첫날 테스트 때 수영장 입장료(1인당 6천원)를 낸다. 수영장 2층에 모여 있으면, 접수했던 직원이 앞으로 나와 이렇게 말한다. "단체 접수라 원래 5천 몇 백원 하는데, 6천원씩 걷습니다. 무조건 잔돈으로 내요. 만 원짜리로 내는 사람은 잔돈 안 거슬러줍니다." 돌이켜보면, 말투가 상당히 단호했다. 직원은 "어떻게든 바꿔서 잔돈으로 내야한다"며 쇄기를 박았다. 때마침, 난 옆에서 자리를 펴고 식사를 하던 아주머니가 있기에 넉살좋게 다가가 잔돈을 바꿨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사정은 달라진다. 첫날은 강사가 돈을 걷지만, 나중엔 반장이 돈을 걷으니, 반장 마음이다. 결국 직원의 말 속뜻은 "걷는 사람이 편하게 되도록 잔돈으로 바꿔 와라"는 뜻이다. 대부분은 융통성 있게 잘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 꼭 있다. 집합 시간이 늦었어도, 돈 바꾼다고 우물쩍거리다 늦는 아해(아이)에게 말한다. "잔돈이 없으면, 그냥 와라." 잔돈 바꾸는 것보다, 제 시간에 도착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남는 돈은 단체로 간식을 사는 데 쓴다. 바나나, 초콜릿, 음료수 등을 사 수업 중간에 짬을 이용해 먹는다. 간식 사는 일은 각 기수별로 알아서 하는 거겠지만, 1기(2008년)는 여자 반장이 전담했다. 전날 마트에서 사와 다음날 직접 낑낑대며 들고 왔다. '은영아, 미안~' 그래도 혹 남은 돈이 있다면, 회식 때 쓴다. 사실 이쯤 되면 남는 돈은 거의 없다. 그리고 정보 하나 더. 잠실 입장료는 요일별로 차이가 있다. 평일은 6천원(단체성인기준)이지만, 주말과 휴일에는 8천원이다. 이미 알다시피, 수영장 입장료는 수강료(12만원) 외에 따로 본인이 내야한다. 입장료는 최종 테스트 보는 날까지 낸다.
#3 - "개인 사물함은 없다!" 꼬맹이 때 수영장을 가면 개인 사물함 대신 바구니를 준다. 빨갛고, 파란 바구니. 잘못해서 손가락이 끼면 눈물 쏙 빠지게 아팠던 그 바구니다. 강습 때도 마찬가지다. 개인 사물함 대신 바구니를 쓴다. 처음엔 살짝 놀랐다. '아니 애들도 아니고, 바구니를. 돈도 다 내는데 이거 뭐야.' 혹시나 해서 카운터 직원에게 물어봤다. "개인으로 와도 바구니 써야해요?"라고 말이다. 직원은 "그때는 열쇠 드려요"라고 했다. 종합해보면, 아마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일 것으로 추정된다. 아니면 할인을 받는 단체입장이라 그럴 수도 있다. 아무튼, 강습을 듣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바구니를 쓴다. 때문에 귀중품이 있다면 수영장에 들어오기 전, 카운터에 맡겨 놓는 게 낫다. 몸을 간단히 씻은 뒤, 바구니를 들고 수영장 안으로 들어간다. 의무실 옆 빈 공간에 줄줄이 놔두면 된다. 눈에 보이는 곳에 바구니가 있으니, 그나마 안심이 된다. 젖은 채로 바구니를 들고 다녀야하기에, 비싸고 좋은 옷은 되도록 입지 마라. 아무리 조심해도 사방이 물이라 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다음 편에 계속) 이글루스 가든 - 매일 매일 한 편의 글쓰기.이글루스 가든 - 멘토(mento)와 멘티(menti)도전이기자, 라이프가드, 수상인명구조원, 잠실종합운동장수영장, 번외편, 반장, 강사, 도전, 테스트, 최종테스트, 이기자, 수영장, 수상인명구조, 잠실, 반장해라, 바구니, 입장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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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이 끝나고 집에 오자마자 곧바로 이부자리를 깔았다. 그동안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듯했다. 마지막 훈련이라 생각하니, 긴장이 약간 풀린 탓도 있었다. '오~ 나의 베개. 푹신한 오리털 이불. 반갑다.' 정말, 머리를 대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 2시간 쯤 뒤,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 들어 잠에서 깼다. 그 짧은 시간, 꿨던 꿈 때문이었다. 내일 1차 테스트 날, 늦잠을 자다가 시간을 놓친 꿈이었다. 일주일 동안 고생했던 일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돼 버린다는 것. 생각만 해도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어떻게 버틴 일주일인데. 정말 꿈이라 다행이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놀란 가슴을 달래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아, 연재도 이제 4번 밖에 안 남았구나.' 일곱째 날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한다. 14,15,16,17,18,19, 그리고 20일. 정말 일주일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오늘은 훈련을 받는 마지막 날이다. 내일은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에서 하는 1차 테스트를 할 예정이다. 영법, 구조법, 바벨 나르기, 입영 등 그동안 배웠던 것을 점검한다. 일정 기준을 넘지 못하면 다음 시험을 치를 수 없다. 여기서 정보 하나. 수상인명구조원 검정 시험은 모두 두 차례 치러진다. 자기가 속한 지사에서 자체 검정을 치른 뒤, 다른 지사에서 검사관이 파견돼 한 차례 더 테스트를 본다. 공정성을 더하기 위한 조치다. 필기시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시험만 모두 4번(필기 2번, 실기 2번)이다. 생각보다 보는 게 많으니 주의할 것. 오전 10시, 잠실 종합운동장 제1수영장. 휴일인터라 강습은 평소보다 약 3시간 일찍 시작됐다. "오른쪽 선두, 기준! 4열 횡대로 헤쳐모여!" 집합 시간이 되자, 줄을 세웠다. 평소보다 약 3시간 정도 빨리 모인 터라, 늦잠을 자는 이가 있을 것 같아 걱정됐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그리고 나머지 둘." 사팔에 삼십이(4×8=32), 둘 더하면 삼십사, 여자반장과 나를 합치면 서른여섯. 다 왔다. 전날 훈련이 격해 걱정했는데, 다들 대견하다. 체조반장의 구령에 맞춰 몸 풀기를 한 뒤, 간단하게 워밍업을 마쳤다. 현재시간, 오전 10시50분쯤 됐다. "오늘은 그동안 배웠던 구조법들을 모두 실습해볼 거예요. 내일이 시험이니까, 마지막 훈련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하세요. 알겠죠?" 강의 전담 강사가 말했다. 쇳소리 나던 목도 많이 좋아져 보였다. 첫 테이프는 '바벨 나르기'로 끊었다. 시험은 다음과 같이 치러진다. 우선 다리벌려들어가기로 입수, 헤드업 자유형으로 25m를 간다. 건너편엔 레스큐 튜브(rescue tube) 끝에 5kg짜리 바벨을 달아 띄워 놓는다. 반대편에 도착하면 빠른수면다이빙으로 입수, 물속에 잠긴 바벨을 한쪽 겨드랑이에 낀 채 역가위차기로 처음 장소로 가면 된다. 보기엔 쉬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힘들다. 관건은 힘 조절. 헤드업 자유형에서 너무 무리하면, 역가위차기 때 힘이 달린다. 그렇다고 너무 느리게 가서도 안 되니, 자기 몸에 맞게 적당한 수준으로 조절해야 한다. 항상 그렇듯, 선두 그룹은 역시 빨랐다. 별로 힘도 안 들어 보이는데도, 쉭쉭 앞으로 잘 나갔다. 마치 터보모터를 발에 달아놓은 듯했다. 발을 한 번 내저을 때마다 물결이 출렁이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다음은 내 차례. 다리벌려들어가기부터 쉽지 않았다. (더 보기)라이프가드, 도전이기자, 수영장, 워밍업, 훈련, 역가위차기, 다리벌려들어가기, 익수자, 맨몸구조, 장비구조, 입영, 바벨나르기, 잠영, 테스트, 대한적십자사, 빠른수면다이빙, 수하접근, 감아묶기, 수상인명구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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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눈이 흐리다. 초점이 잘 안 맞는 것 같다. 훈련 내내 눈이 따갑기에, 강사에게 물어보니 "여기 물이 염소가 많아 좀 독하다"고 했다. 그리 보면, 본래 다니던 센터 물은 정말 부드러운 편이다. 적어도 눈이 시리지는 않으니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지만, 글씨가 흐리멍덩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그래도 여기서 무릎 꿇을쏘냐. 자, 넷째 날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17일 오전, 잠을 자다 갑자기 눈을 떴다. 순간, 뒷목이 싸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잽싸게 머리맡에 둔 휴대전화를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이런.' 11시2분이었다. 잠실까지 가는 데는 아직 시간이 충분하다. 여유를 부려도 아무 문제가 없다. 문제는 '숙제'다. 전날 밤 '오늘은 일찍 자니 내일 일어나서 쓰면 되겠지'하고 손도 대지 않았다. 자학할 시간도 없다. 급하다. 12시30분까지 도착해야기에, 시간을 최대한 짜봐야 1시간 남짓이다. 책 두 권을 들고 잽싸게 책상에 앉았다. 다음은 그야말로 '일필휘지'(一筆揮之). 영어론 'dashing off with one stroke of a brush'. 잠시 학창 시절로 돌아가 보자. 중고등학교 때 죽도록 썼던 '깜지'를 기억하는가. 연습장을 볼펜으로 빼곡히 채우면 까만 종이처럼 보인다고 해 이름도 '깜지'다. 주로 제일 싼 모나미볼펜을 썼는데, 한창 깜지를 쓰다보면 야릇한 냄새가 솔솔 풍긴다. 볼펜 똥 타는 냄새다. 보통 한번 숙제에 2~3장은 기본으로 써야했기에 잠을 조금 더 자려고 '미췬~듯이' 갈겨썼다. 보통 1장반 정도가 넘어가면 어김없이 이 냄새가 났다. 그런데, 오늘 그 추억의 냄새를 맡았다. 그만큼 1분이 절박했다. 절실했다. 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다행히 옛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글씨는 바람만 불어도 훌훌 날아갈 것만 같지만, 일단 종이는 채웠다. 오전 11시57분쯤, 겨우겨우 3장을 채웠다. 모두 6바닥. 1시간이 채 안 걸린 셈이다. '휴, 다행히 한 고비는 넘겼다.' 수영장으로 "고고씽~" 다시 수영장. 항상 시작은 체조 후 몸풀기다. 여기 말로는 '워밍업'이라고 한다. 자유형, 배영, 평영, 횡영, 역가위차기, 기본 배영, 구조 영법 등을 골고루 섞어 수영장을 도는 것이다. 모두 합치면 1400m 정도 된다. 속도보다는 자세에 신경 쓰기에, 힘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이날 워밍업은 말 그대로 '몸을 따뜻하게 뎁힐' 정도였다. 불행은 그 뒤에 찾아왔다. (더 보기)수상인명구조원, 라이프가드, 대한적십자사, 입영, 잠영, 워밍업, 막기, 강사, 숙제, 깜지, 모나미, 5m풀, 수영장, 잠실종합운동장, 영법, 물속, 도전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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